어느 가족 (2018)
장르 : 드라마
감독, 각본 : 고레에다 히로카즈
주연 :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수상 : 71회 칸영화제(황금종려상) 외 다수
일본 영화 '어느 가족'은 2018년에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비롯해 수많은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평론가 평점과 관람객 평점 모두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명작 영화입니다.
어느 가족은 일본 사회에서의 가족과 도덕적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일본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어 국제적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침체되어 가던 일본 영화가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작품이지만 정작 일본 내에선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루었기 때문에 일본의 극우 세력 일부들은 일본에 그런 가족은 없다 라면서 비난하기도 했었습니다.
줄거리
'그 어떤 가족보다 가족 같았던'
영화의 시작은 한 남자가 슈퍼마켓에서 상품을 훔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의 이름은 '오사무', 아들 '쇼타'와 함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훔치는 일을 하며 지냅니다. 그의 아내인 '노부요'와 할머니의 손녀인 '아키'는 할머니 '하츠에' 집에 할머니의 연금으로 생활을 하며 가난하지만 누구보다 밝게 지내는 한 '가족'입니다.
어느 날 오사무와 쇼타가 어김없이 도둑질을 하고 집에 오던 중, 우연히 길 위에 서있는 어린 소녀 '유리''를 만나게 됩니다. 소녀를 집으로 데려와 음식을 먹이고 다시 집에 데려다주려고 집 앞에 돌아갔으나 안에서는 소녀의 부모가 심하게 다투고 있는 소리를 듣게 되고 측은함에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 친자식처럼 키우게 됩니다. 유리는 처음 느낀 가족의 따뜻함을 이 가족에게서 느끼게 되고 처음 생긴 오빠와 함께 생활을 이어나갑니다.
이 가족은 조금 이상한 가족이었습니다. 아들에게 도둑질을 가르치는 아버지부터 이상하고 어린 소녀를 데려와 아무렇지 않게 한 가족처럼 사는 모습도 낯설었습니다. 사실 이 가족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가족이었습니다. 유리는 쇼타와 함께 도둑질을 하며 즐거워하기도 하고 바다를 보지 못했다는 유리를 위해 가족 모두가 바다로 놀러 가 추억을 쌓기도 합니다. 바다에 다녀온 후 하츠에 할머니는 깨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연금 수령을 하기 위해 할머니의 시체를 집 땅바닥에 묻어버리기로 합니다.
한편 동생이 생긴 쇼타는 점점 이런 삶에 회의감이 들고 동생에게 까지 도둑질을 시키는 것에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특히 도둑질을 당하던(?) 동네 구멍가게의 할아버지는 쇼타의 도둑질을 알고 있었으면서 묵인해 왔지만 '여동생에게는 도둑질을 시키지 말라'라며 당부합니다. 결국 쇼타는 도둑질을 하던 유리를 보호하기 위해 자신이 물건을 훔치는 모습을 일부로 들키고 도망치다가 다리를 다치게 됩니다. 쇼타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보호자 추궁을 받게 될 것을 염려한 오사무는 야반도주를 시도하지만 결국 모든 일이 들통나며 이 가족이 사회의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됩니다. 실종된 유리를 데리고 있었다는 점과 하츠에의 암매장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모두 경찰조사를 받게 됩니다. 노부요는 전과가 있는 오사무를 대신해 모든 일을 자신이 주도한 일이라 진술하여 교도소에 수감됩니다. 사실 오사무는 노부요의 전남편이 노부요를 학대하자 구하기 위해 우발적으로 노부요의 남편을 살해한 것입니다.
쇼타는 새 가정으로 입양되게 되고 마지막으로 오사무와 추억을 쌓습니다. 오사무는 이제 자기는 아빠가 아닌 아저씨로 돌아가겠다고 말하고 쇼타는 사실 일부러 붙잡혔다고 말한 후 곧장 버스에 올라탑니다. 오사무는 쇼타를 애타게 불러보지만 쇼타는 대답하지 않고 버스가 떠난 후 속으로 조용히 '아빠..'라고 불러봅니다. 오사무가 간절하게 듣고 싶었던 아빠를 오사무는 듣지 못했습니다. 유리는 집으로 돌려보내지고 또다시 학대가정 속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유리는 또 누군가에게 주워지길 바라며 노래를 부르며 밖을 내다보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코멘트
'가족의 의미'
이 영화는 줄거리를 정리하면서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영화입니다. 과연 누가 이 가족에게 가족이 아니라며 비난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듭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서로를 위했고 애틋했던 가족입니다.
오사무는 취조당시 아이에게 도둑질을 시킬 때 양심의 가책이 느껴지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것 말고는 가르칠 게 없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비록 아이에게 도둑질밖에 가르칠 것이 없었지만 오사무는 쇼타와 유리에게 누구보다 따뜻했고 친부모가 해주지 않던 보호와 관심을 주었습니다. 친부모는 낳기만 했을 뿐 아이를 버리고 학대하였는데 도둑질을 가르친다고 과연 이 아빠가 나쁜 아빠인 걸까요.
영화 속 명장면은 노부요의 취조실 장면입니다. 취조실 장면의 안도 사쿠라의 눈물연기는 역대급 연기로 극찬을 받았습니다. 노부요에게 조사관이 아이들이 당신을 뭐라고 불렀나요라고 하자 '글쎄요..'라며 눈물을 연신 닦아냅니다. 먹먹하게 흘리는 이 눈물 연기를 보고 헐리우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앞으로 찍는 우는 연기는 안도 사쿠라를 흉내 낸 장면일 것이다' 라며 극찬을 하였습니다.
영화 속 가족은 물건을 훔치는 등 불법적인 행위를 저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대하고 무관심인 가정보다 나쁘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요. 이는 일본 사회의 빈부격차와 소외받는 복지제도의 문제점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영화 속 가족은 서로를 가족으로 생각하며,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살아갑니다. 비록 사회적 규범을 따르지 않지만 그 어떤 규범보다 가족의 소중함을 위에 둔 가족이었습니다. 이러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였습니다.